[말들 역시] 김애란 - 두근두근 내 인생

 










이제 나도 살아가는데 필요한 말은 거의 다 안다.
중요한 건 그 말이 몸피를 줄여가며 만든 
바깥의 넓이를 가늠하는 일일 것이다.

바람이라 칭할 때, 
네 개의 방위가 아닌 천 개의 풍향을 상상하는 것.
배신이라 말할 때,
지는 해를 따라 길어지는 십자가의 그림자를 쫓아가 보는 것.
당신이라 부를 때,
눈 덮인 크레바스처럼 깊이를 은닉한 평편함을 헤아리는 것.

그러나 그건 
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일 것이다.

바람은 자꾸 불고,
태어난 이래 나는 
한번도 젊은 적이 없었으니까.

말들 역시 
마찬가지일 테니까.

ⓒ 김애란, 두근두근 내 인생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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