[깊고 충만한] 김형경 -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
처음에 나는 밤송이 하나를 받아들고 그것이 인생이라 여기며 쩔쩔매고 있었던 것 같다. 손바닥뿐 아니라 온몸을 찔러대는 그것을 버릴 수도, 감싸쥘 수도 없었다. 겨우겨우 밤송이를 까고 그 안의 것을 꺼내 들었을 때는 그것이 인생인가 싶었다. 그럼 그렇지, 어떻게 산다는 게 밤송이 같을 수가 있는가. 그때는 진갈색으로 빛나는 밤톨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다. 그러나 삶이란 그냥 바라보는 것이 아니기에 진갈색 껍질을 벗겨보았을 것이다. 그 안에는 연갈색 융단 같은 보늬가 있었고 그때는 또 그것이 인생인가 싶었다. 밤알을 손바닥에서 굴리며 부드러운 감촉을 즐기기도 했을 것이다. 나는 아직도 사는게 무엇인지 모르겠다. 이만큼 살면서 내가 터득한게 하나 있다면 어떤 실수든 어떤 시행착오든 일단 저질러놓고 보는 게 낫다는 것 뿐이다. 앞으로도 삶은 반복되는 실수와 시행착오로 이어질 것이다. 문제는 그 경험들을 통해 무엇을 배우는가 하는 일일 것이다. 이번 작품을 쓰면서야 나는 그것을 알았다. 그리고 처음으로 소설과 내가 서로에게 의미있고, 소설 쓰기와 내가 서로 사랑한다는 느낌을 가졌다. 그것은 깊고 충만했다. ⓒ 김형경,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1. 작가의 말.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, 다양한 경험을 하며, 생각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게 인생이겠지만, 모든건 전부 내가 스스로 간절히 바라고 행동한 결과겠지요. 춥습니다, 부디 따뜻하게 보내시기를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