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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죽음은 삶의 일부분] 무라카미 하루키, 상실의 시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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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도쿄에 올라와서 기숙사에 들어가 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을 때, 내가 해야 할 일은 한가지 밖에 없었다. 모든 사물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 것. 모든 사물과 나 자신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둘 것, 그것 뿐이었다. 처음에는 그렇게 잘 될 것만 같았다. 그러나 아무리 잊어버리려 해도 내 안에는 뭔가 뿌옇게 흐린 공기 덩어리 같은 것이 남아 있었다.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덩어리는  단순하면서도 뚜렷한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. 나는 그 형상을 이런 말로 바꿔 놓을 수가 있다. 죽음은 삶의 반대편 극단에 있는 것이 아니라, 그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다. ⓒ 무라카미 하루키, 상실의 시대. ​

[힘을 빼면 가벼워 진다는 것쯤은] 무라카미 하루키, 상실의 시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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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"어깨의 힘을 좀 빼라구.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으니까 그런 눈으로 사물을 보게 되는거야. 어깨에서 힘을 좀 빼면 훨씬 몸이 가벼워지잖아." ​ "왜 그렇게 말하는 거야? 어깨 힘을 빼면 몸이 가벼워 진다는 것쯤은 나도 알아. 그런 말은 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구. 알겠어? ​ 내가 지금 어깨 힘을 뺀다면 나는 산산조각이 난단 말이야. 난 처음부터 그런 식으로만 살아왔고, 지금도 그런 식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어. ​ 한번 힘을 빼면 다신 본래대로 돌아갈 수 없다구. 자기는 왜 그런 걸 모르는 거야, 응? ​ 그걸 모르면서 어떻게 나를 돌봐 준다는 말을 할 수가 있어?" ​ ⓒ무라카미 하루키, 상실의 시대. 우리는 상대방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답을 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. 상대방은 그저 공감과 호응을 원했을 뿐인데도 말이죠. ​ 그러면서 당연한걸 조언하기도 합니다. 무거우면 내려놔라, 답답하면 산책을 해라. 잠이 안오면 근육을 움직이는 운동을 해라 등등. ​ 그걸 몰라서 물어본게 아닐텐데요. 어쩌면 그냥 그렇구나 고개 끄덕이며 수긍해주는 말을 기대했을지도 모릅니다. ​ 무엇보다 아무말 말고 그냥 야, 나와. 고기사줄게. 하는 말이 가장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. ​ 나도 성장하고 남도 위로해주며 우리 모두 같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