[다시 피어나는 꽃] 박노해 - 오늘은 다르게









정결하게 스러지는 꽃송이를 만지면서 

나는 찬바람에 몸 웅크리며 떨었습니다.

그러나 패랭이꽃은 한송이가 지면 새 꽃송이가 피어나고,

또 지고 이어서 피어나고......


지는 꽃은 슬픔이었고 다시 피어나는 꽃은 감동이었습니다.

늦가을 첫서리가 내릴때까지 내내 그랬습니다.


저 연약하고 가녀린 몸에 저리도 줄기찬 생명력이 숨어 있었던가.

최후까지 피어나는 끈질긴 투혼이 정녕 어디에 숨어 있었던가.


그래, 

산다는 건 한순간 폭포처럼 장렬히 쏟아버리는 그 무엇일수도 있지만,

깊숙한 뿌리에서 길어올린 생명력으로 줄기차게 

피고 지고 또 피고 지는 것이야.


내 인생의 최후까지 꽃 피워 가는 거야.

자신의 때를 다하고 나면 머뭇머뭇 뒤돌아보지 않고

애써 피운 꽃송이를 뚝뚝 떨어뜨려 뿌리에게 돌려주고 가는거야.

무너질 것 무너지고 깨어질 것 깨어지고 나서야 

새 꽃잎은 피어나는 것이겠지.


그렇게 살다 소리없이 가는거야.


ⓒ 박노해, 오늘은 다르게.




박노해 시인의 시를 보면 마음이 착해지는거 같아서 좋습니다.


정말 찰나에 불과한 인생이지만,

피고 지고 웃고 울고 하겠지만,

악착같이 살면서 동시에 착하게 살아야겠다 싶습니다.
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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