자연은 무심하지만 우리들을 위해 많은 것을 준다. 자연은 생색내며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다. 그냥 무심히 해가 뜨고 달이 뜨고 별이 뜨고 썰물과 밀물이 왔다 갔다 할 뿐이다. 그런 무심한 천체의 운행이지만 그것이 없다면 우리는 살 수 없다. 자연은 이처럼 무심한 마음으로 우리의 삶을 도와준다. ⓒ 조희, 장자의 비움 공부. 리텍콘텐츠 출판.
이제 나도 살아가는데 필요한 말은 거의 다 안다. 중요한 건 그 말이 몸피를 줄여가며 만든 바깥의 넓이를 가늠하는 일일 것이다. 바람이라 칭할 때, 네 개의 방위가 아닌 천 개의 풍향을 상상하는 것. 배신이라 말할 때, 지는 해를 따라 길어지는 십자가의 그림자를 쫓아가 보는 것. 당신이라 부를 때, 눈 덮인 크레바스처럼 깊이를 은닉한 평편함을 헤아리는 것. 그러나 그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일 것이다. 바람은 자꾸 불고, 태어난 이래 나는 한번도 젊은 적이 없었으니까. 말들 역시 마찬가지일 테니까. ⓒ 김애란, 두근두근 내 인생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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